Search
🆕

경향신문, “한국 점주·라이더 우는데, 독일 본사만 웃었다…배민, 5400억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논란’”

생성일
2025/04/13
배달노동자와 상점주, 일반배달대행사 사업주 등이 지난 2월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배민 라이더 배달료 삭감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독일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에 자사주 소각 방식을 통해 5400억원을 환원해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 측은 국내 배달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쥐어짜 거둔 이익으로 외국 자본의 배만 불렸다고 비판했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일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DH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약 5372억원 규모로 취득해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주환원을 실행했다고 공시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6408억원의 영업이익을 공시했는데, 한국에서 발생한 영업이익의 83%를 독일 본사로 송금한 셈이다.
우아한형제들은 2023년엔 배당금 방식으로 DH에 4127억원을 지급했다. 이러한 현금성 배당이 국부 유출이라고 비판받자 이번엔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라는 방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2년간 우아한형제들이 DH에 환원한 금액은 95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4조7500억원에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DH는 4년 만에 투자금의 약 20%를 회수한 것이다.
반면 최근 배민 측의 수수료 정책 변경으로 라이더들의 배달료는 삭감되고, 상점주의 수수료는 인상되고 있다. 배민이 지난 1일부터 전국에 변경된 배달료 정책을 시행하면서 라이더들의 기본 배달료는 3000원에서 2500원으로 깎였다.
자영업자들도 14일부터 포장 주문에 대해서도 중개 수수료를 지불하게 됐다. 배민은 고객들이 직접 음식을 찾아가는 포장 주문에 대해서도 6.8%의 중개 수수료를 부과한다. 점주들의 수수료 부담이 커져 음식 가격이 인상되면,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플랫폼제정촉구긴급공동행동(이후 공동행동)이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배달 앱(애플리케이션) 상생협의체는 실패했다”며 “배달의민족은 수수료를 인하하고 ‘무료 배달’의 비용을 자영업자에게 전가하기를 멈추라”라고 요구했다. 강한들 기자
노조는 “국내 점주와 라이더들을 착취해 해외 자본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 지부장은 “점주 수수료와 라이더들의 배달료 삭감 등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은 후 이를 외국 자본에 넘겨주는 형태”라며 “국내 자영업자와 라이더들에게는 이익공유를 하지 않고 과도하게 착취하면서 외국 자본이 돈을 다 가져가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배민에서는 주주환원이라고 하는데, 국제적 플랫폼 자본이 자영업자와 플랫폼 노동자로부터 착취한 이윤을 금융적 지대로 착복하는 방식이라 본다”고 했다.
배민은 미국·유럽 등 해외에서 적자를 내는 DH에게 ‘캐시카우’다. DH는 수년간 적자가 지속되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반독점법 위반으로 4억유로(약 5976억원)의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장석우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법적으론 문제는 없지만, 도의적 문제는 있을 수 있다”며 “이익금으로 새로운 투자를 하거나 노동자들이나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분배하지 않고, 거의 전액을 외국 주주들에게 나눠준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플랫폼 기업 ‘강자’인 쿠팡도 지난해 자본준비금을 감액하고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결손금을 모두 해소했다. 누적 적자를 메우고 3조5000억원 상당의 이익잉여금을 확보하면서 올해 미국에 상장된 모회사 쿠팡Inc에 대한 배당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조 측은 “플랫폼 자본의 착취를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 지부장은 “영업이익을 해외 본사로 배당하는 것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라이더나 점주들에게 적정한 방식으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