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글로벌 배차 시스템 ‘로드러너’의 전국 확대를 추진하면서, 국부 유출·영업권 침해·현장 통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동·점주 단체들은 “라이더·점주·직원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제도적 견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DH의 ‘로드러너’ 강제 도입에 따른 피해 증언 간담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2년간 9499억원 해외 송금 △‘로드러너’ 시범지역 오류 및 등급제로 인한 라이더 생계 압박 △점주 거리제한과 매출 감소 등을 지적하며 제시하며, 정부와 국회의 제도 개선과 감독을 촉구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플랫폼의 갑질과 독점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의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공정위의 점검과 국회의 입법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드러너는 DH가 자체 개발한 글로벌 배차 시스템으로, 기존의 실시간 접속 방식에서 벗어나 ‘시프트(출퇴근) 기반 운영’과 ‘등급 평가 체계’를 도입하는 모델이다. 라이더들은 사전에 근무시간을 예약해야 하며, 등급에 따라 배차 혜택이 달라진다. 이는 자율성과 유연성을 중시하던 기존 시스템과는 다른 방식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가족 장례에도 등급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라며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못 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프리랜서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강한 통제를 받는 근로자 모델”이라고 비판했다.
업계에 따르면 로드러너는 △10월 22일 제주 △11월 19일 진주 △2026년 2월 경상 △3월 전라·충청·강원 △4월 서울·경기 북부 △5월 서울·경기 남부 순으로 전국 확대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배민측은 “제주외 지역은 미정, 테스트 단계”라고 해명했지만, 현장에서는 “내부 회의에서 ‘2026년까지 DH의 배달 로지스틱스 스택 전환’ 언급이 있었다”며 사실상 장기 로드맵이 확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범 운영 지역의 라이더들은 이미 잦은 시스템 오류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대표적으로 거리 산정 오류, 강제 스케줄 근무, 정산 착오 등이 지적된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화성·오산 시범 지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도 부정확 96.3%, 정산 오류 경험 87.1%, 배차 품질 저하 76.8%”라는 통계를 제시하며, 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산 오류는 문의해야만 ‘차액 지급’하는 수동 보상 관행으로 굳어졌고, 배달 도중 콜이 사라졌다가 완료 후 재등장하는 등 배차 품질 불안정이 지속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제기됐다. 김준영 공정한플랫폼을위한전국사장연합 의장은 “8월 시범 지역 조사 결과, 단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거리 제한이 걸렸다”며 “소비자 앱에 ‘영업불가’로 표시되면서 가게 신뢰가 무너지고, 월평균 매출이 20% 가까이 줄었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지회는 임직원 2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90.6%가 로드러너 도입에 반대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53.3%)은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라이더도, 점주도, 직원도 반대하는데 회사는 효율성만 내세우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드러너는 이미 요기요에서 실패 사례를 남긴 시스템이라는 평가다. DH 소유 시절인 2020년 7월, 요기요에 해당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기술적·운영상 문제로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2022년 6월 자체 배차 시스템으로 교체된 바 있다. 당시 요기요 운영사였던 위대한상상은 도입 기간 동안 DH에 총 2896억원(2022년 1709억원, 2023년 1187억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송금했으며, 이 중 약 522억원이 로드러너 사용료로 추정된다.
배민이 DH에 인수된 이후 국내 수익이 대규모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화섬식품노조 우아한형제들지회 사무장은 “DH는 2020년 배민을 4조7500억원에 인수했고, 이후 최근 2년간 총 9499억원을 본사로 송금해, 약 20%의 투자금을 이미 회수한 셈”이라며 “로드러너는 수수료와 로열티를 통한 또 다른 ‘현금 송금 통로’로 작동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로드러너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면, 딜리버리히어로(DH)가 매년 500 원 이상의 시스템 사용 수수료를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배당금이나 자사주 소각 외에 또 다른 수익 통로가 생기는 셈이다.
이주한 참여연대 변호사는 “로드러너 도입은 ‘프리랜서’라는 명목 아래 실제로는 ‘근로자성’을 강화해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의무를 불투명하게 회피할 위험이 있다”며 “수수료 계약의 투명성과 부당 지원 가능성 등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사 관계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직원들은 지난해 11월 ‘우아한유니온’을 설립하며 반발에 나섰다. 우아한유니온은 출범 선언문에서 “회사는 높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수익 대부분을 독일 본사로 송금하고, 그 부담은 라이더와 점주, 직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한 "사측이 간단회 참석시, 교섭엔 참석하겠지만, 이후에 추가 제시안은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교섭을 거부했다"하며, "간단회 참석시, 노조 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 인정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사내 타운홀과 게시판 등 공식 소통 창구는 줄이면서 '사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한다"며 "회사는 이제라도 진정성 있는 대화와 상생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