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차 앱 '로드러너'를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업주와 라이더, 직원 모두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내 환경에 맞지 않은 도입으로 배달 품질이 떨어지고, 수수료 명목으로 '모기업 배 불리기'를 가속화 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한창민(사회민주당), 신장식(조국혁신당), 서왕진(조국혁신당), 김남근(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와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화섬식품노조 우아한형제들지회 주최로 '로드러너 강제도입 피해증언 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간담회에서 업주와 라이더, 직원은 "모두가 반대하는데도 로드러너 도입이 강행되고 있다"며 "그 결과 시범 운영지역에서 매출감소와 배차 지연, 고객 불만 등 수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업주 측은 특히 로드러너의 ‘거리 제한’ 기능으로 매장 노출이 줄어 고객 유입이 막히고 매출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거리 제한이 적용되면 일정 반경 밖 음식점은 소비자 주문 화면에 아예 나타나지 않아 주문 자체가 불가능하다.
김준형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의장은 "화성·동탄 시범 지역에서 진행된 한 달간의 모니터링 결과, 단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거리 제한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오랜 기간 광고비를 쏟아부어 소비자를 유치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점포를 닫은 것으로 노출돼 신뢰도가 하락하고, 고객이 이탈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플랫폼에게 입점업체 가게의 문을 마음대로 열었다 닫았다 할 권리는 없다"면서 "업주의 영업권을 빼앗고 소비자의 선택권 빼앗는 구조적인 불공정행위"라고 강조했다.
우아한형제들 직원 측은 시스템 교체로 인한 고용 불안과 국내 투자 중단으로 인한 업무 과중을 토로했다.
박장혁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우아한형제들지회장은 "DH 툴로 대체하느라 핵심 과제가 지연되며 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걱정이 내부에서 많다"면서 "로드러너 같은 배차 앱 뿐만 아니라 내부 분석툴, 상담툴 등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시스템까지 DH툴로 교체 중이라 앞으로 로열티 부담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영업이익은 2021년 대비 수배 뛰며 폭증했지만, 그 성과는 직원 처우 개선이나 서비스 재투자보다는 본사의 배당 및 자사주 매입에 집중됐다"며 "DH 본사의 이익만 강화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라이더 측은 스케줄 단위 근무와 불투명한 등급제 운영으로 근무 자율성이 사라지고, 수입 불안정에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구교환 라이더유니온 지회장은 "스케줄 단위 근무가 등급제와 연결돼 화장실 이용이나 개인 사정으로 잠시 이탈해도 등급이 떨어진다"면서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과도한 노동 압박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DH가 배당을 마련하기 위해 수수료 인상과 1인분 배달 등 각종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최대한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게 나타나고, 로드러너도 그 일환이 아닌가 인식하게 된다"면서 "과도한 수수료 문제 등 입법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정기 국회 안에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다국적 기업의 여러가지 한계가 맞물려 있어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호응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최유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